🔍 이슈의 배경

지난 10월 22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열린 사회적 대화기구 회의에서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초심야 시간대(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배송 제한’을 제안했습니다. 택배기사 과로사 사례가 반복되자 “택배기사의 수면권을 보장하자”는 취지였죠. 

하지만 이 내용이 언론보도 과정에서 ‘새벽배송 전면금지’라는 제목으로 확산되며 논란이 커졌습니다. 이후 CBS <한판승부>에서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공개토론이 열리면서 ‘새벽배송을 멈출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 탐구 포인트 1 : 야간노동은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ARC)는 야간노동을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요인’으로 분류했습니다. 이대목동병원 김현주 교수(직업환경의학과)도 야간노동이 건강에 치명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야간노동은 단순히 ‘피곤한 시간대에 일한다’는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뇌와 호르몬, 체온과 혈압, 면역 시스템은 낮과 밤을 기준으로 움직이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 리듬을 장기간 거스르면, 수면 부족을 넘어 심장질환, 고혈압, 당뇨, 우울증, 심지어 암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수십 년간의 역학조사에서 확인되었다”라고 밝히면서요. 

김 교수는 또한 “야간노동, 장시간 노동, 고강도 노동, 휴식 부족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건강을 소진시키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 탐구 포인트 2 : 건강문제 때문에 새벽배송을 제한해야 하는가?

야간노동이 초래하는 건강상 위험성을 인식하면서도 많은 노동자들이 “불가피한 선택지” 또는 “비교적 나은 선택지”로 새벽배송 일을 시작합니다. 낮에 돌봄이나 다른 생업이 있는 경우, 새벽시간 근무가 효율적일 수 있기 때문이죠. 조용하고 도로사정이 좋은 새벽에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쿠팡노조 설문(기사 2,405명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의 93%가 심야배송 제한에 반대했습니다.

새벽배송 이슈에는 사회 전체의 이익, 개별 노동자의 이익, 기업의 이익, 소비자의 이익과 같은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습니다. 새벽배송은 이미 2천만 명이 이용하는 일상 인프라로 자리 잡았고, 적잖은 실직자와 저숙련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측면도 있습니다. 고용노동부 김영훈 장관이 국회 발언에서 “새벽배송 금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 이유가 있겠죠? 

💡 탐구 포인트 3 : 국가의 제도적 개입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택배노동조합 실태조사(10월 21일)에 따르면, 쿠팡 배송노동자는 하루 평균 11.1시간 근무, 배송 388건, 휴식시간은 23분에 불과했습니다. 응답자의 82.2%가 “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없다”고 답했으며, 74.8%는 “수수료 삭감을 경험했다”고 밝혔습니다. 저단가 경쟁으로 인한 수수료 하락은 동일시간 내에 더 많은 택배를 배달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했고, 과로의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이 ‘노동시간’보다 ‘노동의 단가와 구조’에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는 어느 선까지 개입할 수 있을까요? 문제해결을 위해 몇 가지 사례를 참고할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야간노동 이슈를 ‘사회 전체의 건강권’ 차원에서 접근합니다.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을 이유로 ‘불필요한 야간노동’은 금지돼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것이죠. 일례로 프랑스 노동법전은 “야간노동은 예외적으로만 허용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비슷한 취지로 유럽연합의 근로시간 지침은 야간(자정~새벽 5시)에 3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을 ‘야간 노동자’로 규정하고, 이들의 노동시간을 하루 8시간으로 제한합니다. 배달 노동자를 ‘근로자’로 여기고 법 테두리 안에서 보호하려고 노력하고요. 국가가 개입해 ‘자유로운 선택에 따른 위험’을 제도적으로 완화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죠.

🎓 맺으며

새벽배송의 문제는 특정 기업의 문제라기 보다는, 사회적 분업 구조에서 파생된 산물입니다. 이제 택배 노동자의 건강권과 공정한 보상에 대해 논의할 만한 시점이 된 것 같습니다. 우리사회는 이번 새벽배송 이슈를 어느 정도 수준으로 다룰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어떤 합의에 이를 수 있을까요?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당사자들이 원하잖아”라는 말로 가볍게 정리하기 보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논의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해봅니다.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긴 여정을 묵묵히 걸어온 수험생들, 그리고 곁에서 함께 해주신 선생님들께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